본문으로 바로가기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98156

 

많은 피드백 부탁드려요.


 

1.

 

③「악몽의 밤」

 

 

「——아얏.」

 

…몸의 통증에 눈을 뜹니다.

멍한 머리로 주변을 둘러보니, 그곳은 숲속이 아니라, 여느 때와 다름없는 제 방이었습니다.

…어떻게 돌아왔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평소와 다름없는 저의 일상. 하지만 「그것」은 제 안에 확실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마치 꿈만 같았던, 어젯밤의 일.

정말로 그저 꿈을 꾸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의심이 들 정도로 기억이 애매합니다.

하지만 제 몸은, 아직도 그의 온기를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자, 이렇게 거울 앞에 서니 「코카스 씨가 준 증표」를 도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목덜미에 있는 붉은 빛을 띤 곳이나.

두 팔에 달려있는, 커다란 손자국이나.

배 안쪽에 남아있는—— 이물감이나.

 

그것들은 전부, 저와 코카스 씨가 맺어졌다는 확실한 증거였습니다.

 

 

 

(——나와 진짜 가족이 되어줘——)

 

 

 

…우와앗…///

 

 

그가 했던 말들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습니다.

몇번이고 몇번이고 생각해내고 있는 사이에, 거울 속의 저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새빨개져 있었습니다.

살짝 과장되었던 그의 말투가 생각나, 저도 모르게 혼자서 웃어버립니다.

…하지만, 정말로 기뻤어요.

그가 저를 선택해 주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앗, 이런! 벌써 시간이!?

 

…넋 놓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시곗바늘은 10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해본 적이 없는, 엄청난 지각입니다.

진작에 학교 수업이 시작했을 시간인데, 엄마랑 미리, 코카스 씨는 왜 깨워주지 않은 걸까요?

「박정해!」라며, 다른 사람 탓으로 돌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배의 통증에 울 것 같으면서도 학교로 달려갔습니다.

 

 

 

 

2.

 

「어라?」

 

지각이었기 때문에, 진작에 시작되었어야 할 터인 수업.

하지만 학교 안은 텅텅 비어있었습니다.

교문은 닫혀있었고, 안에 누군가가 있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오늘 쉬는 날이었던가?」

 

아뇨, 그럴 리가 없습니다.

아무리 제가 잘 잊어먹는다고 해도, 그런 것까지 잊어버리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다들 무슨 이유가 있어서, 처음부터 학교에 오지 않았다는 말이 됩니다.

 

 

주의를 기울여 주변을 살펴봅니다.

…무언가 이상하다. 길을 걸어가던 도중, 저는 그렇게 느꼈습니다.

작은 새의 지저귐도 들리지 않았고, 무언가 바람에 "이상한 냄새"까지 섞여 있는 느낌이 듭니다.

 

본래, 이 시간에 마을 사람들은 밭일을 나갑니다.

그래서 원래 인기척은 없어 당연한 것입니다만, 이렇게까지 낌새가 없는 것도 이상한 일입니다.

사람이 생활하고 있는 이상, 어느정도 소리는 날 테니까요.

 

이렇게 되면 「개」로서의 후각과 청각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학교에서 나와, 오감 만에 의지한 채 사람의 기척을 찾기로 하였습니다.

 

「뭐지, 이 냄새

 

저는 코를 실룩거리며, 길을 걸어갑니다.

온 마을을 떠도는 이상한 냄새는 웬일인지 강 쪽에서 풍겨옵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강에 가까워질 때마다, 저는 무엇인가 불길한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쪽에서 사람 목소리가 들립니다.

그 목소리도 「냄새」와 마찬가지로, 강 쪽에서 들려옵니다.

상당한 수의 사람들이 강에 모여있는 것입니다.

대체 무얼 하고 있는 걸까요?

저는 들뜬 마음을 머리 한구석에 두고, 정신을 바짝 차리며 강가 쪽으로 내려갔습니다.

 

 

 

3.

 

「…뭐야, 이거…」

 

——이 얼마나 무서운 광경일까요.

 

참기 힘든 냄새, 눈에 박힐 듯한 색채.

 

루콜라에 흐르는 아름다운 강이 처참하게 오염되어 있었습니다.

 

청결하고 맑았던 강은 마치 빨간색 물감을 푼 듯한 상태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강에 모여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끔찍한 광경을 목격한다면, 너나 할 것 없이 그저 가만히 서 있는 수밖에는 없습니다.

 

 

——강에서 풍겨오는 것은, 무언가가 썩는 듯한 냄새. 물건이 타는 듯한 냄새.

그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질 정도의 피 냄새였습니다.

…그 오염된 색깔을 내뿜고 있는 것은 강가에 달라붙어 있는 시체들이었습니다.

그 시체들은 전부 몸의 일부가 결손되어 있었습니다.

팔, 다리, 머리가 없는, 그저 몸뚱이뿐인 인간의 신체.

간신히 남아있는 몸뚱이조차, 내장이 전부 꺼내져 텅 비어있었습니다.

 

 

…시체가 겹겹이군

 

누군가가 그런 말을 중얼거렸습니다만, 네, 정말로 말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까지 비참한 그림이라면, 오히려 현실미가 없을 것입니다.

 

「(읏…)」

 

방심하고 있던 저는 그 냄새를 한꺼번에 들이마셔 버립니다.

마치 얘기로만 듣던 전쟁터의 광경입니다.

저쪽에서 저와 똑같이 웅크리고 있는 사람이 있는 듯하지만, 코가 좋은 수인에게 있어 이건 고문이나 다를 바 없습니다.

지금처럼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점점 기분이 나빠져 버립니다.

 

——이건 지금까지 제가 읽었던 책들 중 한 이야기입니다만, 옛날이야기 중에는 『지옥』이라는 세계가 있습니다.

그곳은 생전에 악행을 저질렀던 인간, 악인이 죽은 후에 가는 세계이며, 일체의 안식은 없고, 자나 깨나 엄청난 고통을 받는다고 합니다.

이 강은 좋든 싫든, 『지옥』에 있다고 일컬어지는 『피가 흐르는 강』을 연상시킵니다.

…굉장히 끔찍하게 죽임을 당했습니다만, 이 사람들은 무언가 엄청나게 지독한 짓이라도 저지른 걸까요?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울해질 것 같습니다.

 

맞아요, 돌이켜보니, 코카스 씨와 만났던 날도 어디에선가 포격이 울려 퍼지고 있었습니다.

고깃조각처럼 엉망이 된 것도 있는가 하면, 시커멓게 탄 시체도 있습니다.

이 시체의 산은 그것과 관계되어 있는 것일까요?

 

「우웁

 

…아무튼, 이런 데서 버티고 있어봤자 소용없습니다.

치밀어오르는 메스꺼움과 싸워가며, 저는 불안한 발걸음을 옮겨 셋을 찾습니다.

그러자 곧바로, 셋의 모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세 사람도 저와 같이, 방심한 상태로 강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엄마! 미리! 코카스 씨!」

 

모두를 부르니, 그쪽도 눈치를 챕니다.

저는 셋의 곁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래, 메리… 드디어 일어난 거니.

「엄마… 대체 무슨 일이에요?

「모르겠다. 아침에 이런 꼴이 되어있는 걸 누가 발견했댄다. 이 시체들, 어쩌면 루콜라 상류에 있는 마을 사람들일지도 모르겠네

 

어머니는 코를 막으며 그렇게 말씀하십니다.

미리도 이 광경에 충격을 받은 듯, 시퍼런 얼굴을 하고 으-으- 거리고 있습니다.

 

…저는 일단 강 정리를 도와주고 오겠습니다. 지금 그대로 내버려 뒀다가는 강물이 못 쓰게 되니까요」

그렇지. 보아하니 위쪽에는 생존자도 있는 듯하고, 나는 그 쪽을 도와주고 올게. 메리, 너도 같이 오렴」

「응… 알겠어.

 

그리 말하고 저희는 떨어졌습니다.

…저희에게 있어 강의 오염은 굉장히 큰일입니다.

혹시라도 강물이 쓸 수 없게 되어버리면 작물이 자랄 수 없게 되고, 결과적으로 가축도 기를 수 없습니다.

 

결국 이날은, 해가 질 때까지 모두 함께 강 청소를 했습니다.

 

 

 

 

4.

 

——저는 집회소… 촌장님 댁에 있습니다.

 

…다들, 수고해 줬네

 

강 청소가 끝난 후, 마을 사람들은 촌장님 댁에서 집회를 열고 있습니다.

모두의 노력이 있어, 강은 그럭저럭 원래의 양상을 되찾아가고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몸을 움직였기에 모두 피로한 기색을 감추지 않습니다.

 

결국, 모은 시체는 어느 무엇도 원형을 간직하지 못했고, 하나하나 개별적으로 무덤을 팔 여유도 없었습니다.

저희는 커다란 구멍을 파, 거기에 한꺼번에 묻는 방법으로 시체들을 처리했습니다.

 

「…일단은 어떻게든 됐지만… 끔찍한 짓을 저질렀군. 강 색깔이 검붉게 물들다니, 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피를 흘려야 그리 되는 거지?」

 

지쳐 보이는 옆집 오빠가 말합니다.

…지금까지도 낯선 사람의 시체가 흘러들어오는 일은 있었습니다.

용병의 모습을 한 사람이나, 행상인이거나 했죠.

전쟁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전사인지, 그저 말려들어 목숨을 빼앗긴 사람인지는 모릅니다.

소국 간의 분쟁이 한창인 시대입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사람이 죽는 일은 당연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번 사건은 다릅니다.

무장을 한 시체 따위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즉, 무저항 상태로 살해당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학살」. 아마도 그 말로밖에는 표현할 수 없겠죠.

 

그때, 선생님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옵니다.

모두의 눈은 일제히 오웬 선생님을 향합니다.

 

「선생님, 어떻게 됐나요? 살아남은 사람들은

 

 

 

의료 지식을 가지고 있던 사람이 선생님뿐이었기에,

저희가 선생님께 진찰을 부탁드린 것입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입을 다문 채 고개를 저었습니다.

 

「…간신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서 상황을 듣고 왔다. …그들은 역시나, 이 루콜라의 상류에서 살고 있던 사람들인 듯해」

 

——루콜라의 상류. 루콜라는 산중에 위치하고 있는데, 그보다 더 안쪽에 있다는 말입니다.

그곳은 마을이라 부르기에는 사람 수가 적고,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를 거부하여 그곳에 살고 있다 들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산 너머에서부터 찾아온 『누군가』에게 습격당한 듯하다. 녀석들은 도적이라 생각되는 집단으로, 주변에 불을 지르고 사람들을 죽여, 모든 것을 약탈했다고 한다.」

「——대체 무슨 짓을」

 

오싹하게 온몸의 털이 곤두섭니다.

저런 심한 짓을 저희와 같은 인간이 했다고 하는 걸까요.

…선생님의 이야기는 계속됐습니다.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는 거기까지다. 그것만을 말하더니 의식을 잃었고, ——그리고 그대로 숨이 끊어져 버렸어. 아직도 그중에는 살아있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도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몰라. …것보다는 상처가 너무나 깊어 나로서는 손을 쓸 수가 없어. 진찰하는 도중에 다들 차례차례 죽어갔다. 간신히 숨을 붙들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시간 문제야. 산을 넘어 큰 병원에 데려갈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될지 모르겠지만, 부상자들의 몸이 버티지 못할 테지.」

 

오웬 선생님은, 정말로 분해하는 표정을 하며 고개를 떨궜습니다.

 

『아아, 정말로 끔찍한 시체들뿐이었어. 배에는 내장이 몽땅 없어져 있었다고. …마치 누군가가 먹어버린 것처럼』

『맹수에게 습격당했… 던 건 아니겠지?』

『아니, 날붙이에 베인 흔적이 있었어. 분명 누군가가 죽인 후에 "먹은" 거겠지. 끔찍한 짓을 저질러주는군』

『시체들은 전부 다 시커멓게 타 있었잖아…? 화형이라도 당한 건 아닐까?』

『하하하, …바베큐 반찬치고는 양이 너무 많긴 하지…』

 

마을 사람들은 계속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대체 「누가」 「어째서」 「무엇을 위해」 그런 짓을 저지른 걸까요?

하지만, 이것은 단지 도적에게 습격당한 것과는 살짝 얘기가 다릅니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습니다. 집도 불에 탈 수 있어요.

…하지만 그저 약탈이라면, 시체를 저런 처참한 꼴로 만들 필요는 없다는 말입니다.

 

제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지금까지 조용히 있던 코카스 씨가 입을 엽니다.

 

「…저기… 잠깐 괜찮을까요? 이건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모두도 그의 말을 듣고 그쪽으로 돌아봤습니다.

그리고 그는, 모두가 생각지도 못했던 것을 말했습니다.

 

 

「——혹시, 저게 바로 『마을 사냥꾼』이라는 녀석들의 짓이 아닐까요?」

 

 

 

 

5.

 

———『마을 사냥꾼』. 정체불명의 습격자들.

「교단」의 주재가 없는 루콜라 사람들에게, 그 단어는 꽤나 무섭게 들리겠지요.

코카스 씨의 말을 듣고 사람들은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듯했습니다.

 

「마, 『마을 사냥꾼」이라고…!?」

「…어째서 그렇게 생각하는 거지? 코카스 군」

 

오웬 선생님이 의아한 듯이 묻습니다.

 

「이것 또한 제 추측입니다만, 시체 대부분이 갈기갈기 뜯겨있었죠? …하지만 주목할 것은 그 점이 아닙니다. 찢겨진 시체들의 인상이 너무 강렬한 나머지, 다들 눈치채지 못하신 것 같은데, 그 부위들은 하나같이 불에 탄 듯한 자국이 있었습니다. …마치 바베큐가 끝나고 찌꺼기를 흘려보낸 것처럼요. 중요한 건 바로 그겁니다.」

 

…사람들은 그의 말을 듣더니 「그러고 보니」라 맞장구를 쳤습니다.

선생님은 깜짝 놀라더니, 뒤이어 말했습니다.

 

「그렇군… 듣기로는 『마을 사냥꾼』은 "누구의 짓인지를 알아볼 증거나 흔적"을 남기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했었다. 그렇다면 얘기는 간단하지. 시체는 모두 갈기갈기 찢어서 시커멓게 태워버리면 증거는 남지 않는다. 그 뒤에는 땅에 묻어버리거나 "강으로 흘려보내기"만 하면 끝이지.」

『———!』

 

다들 술렁거립니다.

오웬 선생님이 아무렇지도 않게 꺼낸 말은, 저희에겐 자극이 너무 강했습니다.

…제 몸 또한, 저도 모르게 떨리고 있습니다.

 

「그런… 너무해…! 사람을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잖아!!」

「…그걸 아무렇지도 않게 저지르는 게 용병이라는 놈들입니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하죠. 그런 놈들의 모임이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그런 건 너무하잖아…!」

 

제 옆에 있는 이노 쨩도 목소리를 떨며 중얼거립니다.

언제나 싱긋생긋 웃는 이노 쨩이, 당장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이 되어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누군가가 불안해하며 그렇게 물었습니다.

 

「그놈들이 『마을 사냥꾼』일지도 모른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혹시라도 녀석들이 다음 노리는 것이 루콜라라면,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어! …그렇다면, 『마을 사냥꾼』 놈들로부터 이 마을을 지켜야만 해… 그렇지만…」

 

오빠는 그 이상 말하지 않았습니다.

이 루콜라를 지킨다—— 그건은 정체불명의, 신출귀몰한 『마을 사냥꾼』과 싸운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들 입을 다물고 있자, 코카스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것밖에는 없습니다. 결국에는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면 자기 몸은 스스로 지킬 수밖에는 없잖아요.」

 

그리 대답하는 코카스 씨의 말투도 매우 무거웠습니다.

지금까지 이 루콜라는, 전쟁과는 무관한 세계였습니다.

그래서 대책은커녕 무기가 될 만한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 대부분이 노인과 아이입니다.

——무기도 없고 사람도 없는, 이런 상황에서 루콜라를 지키는 것이 가능할까요?

그리고,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코카스 씨의 제안에 반대합니다.

 

「——나는 반대다. 녀석들에게 맞선다고? 여기는 여자와 애들, 노인밖에 없다. 그런 상태에서 부딪히게 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불 보듯 뻔해.」

「그렇게 말씀하셔도, 지금 당장 다른 방법이 없잖아요? …아니면, 선생님께서는 아무도 피 흘리지 않고 쉽게 극복할 수 있는 그런 묘안이라도 가지고 계신다는 건가요?」

「…그거는, 이제부터 생각해가는 수밖에는 없겠지」

「하아, 꽤나 유창하게도 말씀하시네요 선생님. 어쩌면 습격당하는 건 당장 내일모레가 될지도 모른다고요?」

「——자네도 용병이라면 알고 있지 않나!! 풋내기와 프로는 애초에 싸움조차 성립하지 않아! 그저 일방적으로 농락당하고 살해당할 뿐이라고!!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이 마을을 버려서라도 우리는 도망쳐야 한다. 살아있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바로잡을 수 있으니까 말이야」

 

코카스 씨의 말씀도 그럴듯하게 들리고, 선생님의 말씀도 이해가 갑니다.

——도망칠 것인가. ——싸울 것인가.

두 사람은 그중 어느 쪽에 무게를 둘 것인가를 논의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둘의 기세에 눌려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어머니가 끼어듭니다.

 

「——선생, 바보 같은 소리 마. 그러면 소나 돼지는 누가 돌본다고 하는 거야? 설마 전부 다 끌고 갈 수는 없을 테고, 문제는 가축뿐만이 아니라고. 이제까지 길러온 채소들은 어떻게 하려고? 녀석들이 이 마을을 휩쓸고 가면, 분명 흔적도 남지 않겠지. 당신은 모두가 시간을 들여 소중히 기른 것을 전부 버리라고 말하는 건가?」

「…그렇지만」

「선생. 루콜라는 우리의 고향이야. 우리 "잡종"은 주위에서 박해당하고, 돌고 돌아 이 마을에 도착한 거야. 그런 우리를 루콜라는 받아들여 주었지. 태어난 곳을 다를지라도, 우리는 모두 가족이야… 루콜라라고 하는 대가족 말이야. …그걸 버리고 도망가라고 하는 건, 우리에게 「죽으라」고 말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

 

선생님은 자기도 모르게 말을 삼킵니다.

그것이 도화선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 역시 도망가자. 가축이나 채소는 또다시 기르면 돼. 하지만 우리들 목숨은 하나밖에 없다고!』

『무슨 말이야! 채소랑 가축이 한번 없어지면, 대체 얼마만큼의 시간과 돈을 들여야 하는지 알기나 해!? 말리지는 않을 테니 당신들이나 도망쳐!!』

『…ㅇ, 이… 알지도 못하는 게!!』

 

마을을 버리고 제안하는 사람.

절대로 안 된다며 완강히 거부하는 사람.

…서로 각자의 사연이 있는 거겠죠. 어느 쪽도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이야기는 조금도 좁혀지지 않은 채 시간만이 흐릅니다.

 

『도망치고 싶다면 당신 혼자서 도망가! 여기 남겠다는 건, 어찌해도 도망칠 수 없는 이유가 있는 녀석들뿐이니까 말이야. 우리는 마지막까지 싸울 거야!』

『나는 모두를 생각해서…!』

『……나… 나는… 불안해서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자겠어…』

『제길… 그럼 어떻게 해야…』

 

계속해서 꼬리를 무는 제안과 말다툼. 그 전부가 불안의 빛을 띠고 있습니다.

저희가 처한 상황은 더는 낙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음은 이 마을이 아닐까 하고,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언니… 나… 졸려…」

「미리, 집에 가 있으라고 말했잖아?」

「……같이 갈 거야…」

「정말로…」

「정말… 왜 따라온다고 말을 꺼내서 얘는」

 

미리는 이렇게 되면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그걸 보더니, 어머니가 미리의 몸을 들어 올립니다.

더이상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어머니의 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습니다.

 

「…다들. 조금만 진정해 주십시오」

「촌장님」

 

긴 책상의 끝자리에는 촌장님이 있었습니다.

언제나 온화하고 얌전하던 아저씨가, 지금껏 본 적 없는 험악한 얼굴을 하고 계셨습니다.

결국, 최종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은 촌장님입니다.

마을 아저씨 아줌마들이 이때다 하고 촌장님 곁으로 몰려갑니다.

 

「촌장님, 결단을 내려주세요. 우리는 도망가야 하는지, 이곳에 남아서… 살해당해야 하는지.」

「——기다려 주세요. 도망가자는 사람의 불안함도 알고, 남아있자는 사람의 억울함도, 아픔도 알고 있습니다. 거기서 모두에게 한 가지 제안이 있는데…」

「제안?」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남아있다 한들 습격당할 뿐이죠. 그렇다면 이 마을을 지킬 수밖에는 없습니다.」

「…지킨다니, 저희가 말입니까?」

「아뇨, 이곳 루콜라를 「성도 교단」에게 지켜달라고 하는 겁니다」

 

「서, 『성도 교단』이요!?」

 

다들 소리지르며 깜짝 놀랐습니다.

 

『교, 교단이라면 설마…?』

『교단의 기사라는 게 있다면… 확실히 어떻게든 될지는 모르겠지만…』

 

 

모두가 웅성거립니다. 촌장님의 제안은 그만큼 의외의 것이었습니다.

——성도 교단. 그것은 옛날에 있었다고 전해지는 『왕』이 만들어낸 조직입니다.

하나님의 가르침과 세례를 베풀고, 신앙을 넓혀가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라고 합니다만, 그와 동시에 각국에서 사람들을 모집하여, 쟁쟁한 기사나 마술사를 모아놓는 무장집단이기도 합니다.

전쟁을 걸어오는 놈들에게 있어서는 눈엣가시이며, 범죄에 대항하는 억제력이기도 합니다.

그들이 거느리는 「기사」라는 사람들은, 혼자서도 10명 20명에 필적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확실히 그들을 고용한다면, 설령 도적들에게 습격당한다고 해도 반격이 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한 가지, 커다란 문제가 있습니다.

다들 술렁술렁 떠드는 가운데, 어머니만이 어이없다는 듯 촌장님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하아, 드디어 노망이 나셨구먼 당신. 교단이 있으면 확실히 마을은 지킬 수 있을지도 몰라. 하지만 녀석들에게 낼 돈은 어떡할 거지? 듣기로는 한 건에 금화 300개가 필요하다고 하지 않나. …그런 돈이 대체 어디 있다는 건데」

『!? ——그, 그, 금화 300개!? 그 돈이면 돼지랑 소가 대체 몇 마리야…!?』

『게다가 그것도 한 건에 그 가격인 거지? 여기 계속 있는다고 하면, 아마 더 내야 할 텐데』

 

…모두가 불안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흰 살아갈 만큼의 돈은 있어도, 여분의 돈을 쌓아둘 만큼 부유하지는 않습니다.

금화 300개라고 한다면, 누구나가 눈이 뒤집힐 정도의 큰돈입니다.

마을에 모든 돈을 모아도 충분할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래. 녀석들이 지키는 것은 부자들뿐이고, 우리 같은 서민에게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아. 적어도 연줄이라도 있으면 얘기는 달라지지만 말이야. 또 「잡종」의 모임이라고 얼마나 터무니없는 가격을 제안할지도 모르고」

「…연줄, 인가…」

 

촌장님은 그리 말씀하시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뭔데, 제대로 말을 하라고」

「——음, 돈은 없지만, 연줄이라면 있다는 말이지.」

「뭐?」

 

어머니는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당신 지금 잠꼬대 하는 거야? 당신이 교단과 아는 사이였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는데」

「물론 내가 그렇다는 건 아니지」

 

그러자, 촌장님의 시선은 어머니에게서 그 옆에 있던 선생님에게 향합니다.

 

「…오웬 경, 이제는 괜찮겠죠. 면목 없다고는 생각합니다만, 당신의 신원을 모두에게 알려주어도 괜찮겠습니까?」

「…네?」

「…」

 

촌장님은 난처하다는 듯 오웬 선생님께 그렇게 말했습니다.

다들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이 선생님에게 시선을 향했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은 감고 있던 눈을 뜨고, 단념한 듯이 입을 엽니다.

 

「확실히, 사사로운 정을 품고 있을 만한 상황은 아니네요. 가능하다면 계속 숨기고 싶었습니다만… 어쩔 수 없죠」

「…선생님?」

「미안하군, 메리 쨩. 그리고 다들. …너희가 언젠가 했던 말을 기억하고 있니? …나보고 "마법사이지 않으냐"나, "마법을 가르쳐 달라"고 말했었지? 그 얘기 나올 때마다, 내심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어」

「!… 그렇다면… 설마 진짜로…?」

 

제 말에 선생님은 고개를 깊이 끄덕였습니다.

 

 

「———그래. 나는 말이지, 「성도 교단」의 『마법사』란다.」

 

 

 

 

6.

 

『………』

 

——소란스러웠던 집회장은 지금은 이렇게나 조용해졌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너무나도 농담같이 들렸지만, 그 누구도 웃어넘길 수만은 없었습니다.

도저히 그런 분위기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마법』

 

그림책 속에나 나오는 가공의 단어.

그것은 모든 사상을 실현시키고, 사람의 손으로는 행할 수 없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인간을 벗어난 이치.

…그런 것을, 오웬 선생님을 다룰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겁니다.

 

 

「…마, 마법…? 그건… 내가 알고 있는 『마법』을 말하는 건가?」

「…엄밀히 말하자면 『마법』이 아니라 『마술』이지만 말이야. 나는 그 마술을 다루는 『마술사』라는 사람이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마법사나 마술사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선생님은 저희의 얼굴을 보더니, 왠지 모르게 까칠하게 미소지으셨습니다.

상태를 보아하니, 이 사실을 여간해서는 모두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는 것이었겠죠.

그 분위기를 읽었는지, 평소에도 그렇게나 『마법! 마법!』하고 말해대던 애들도 모두 입을 닫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래도 얘기를 진행시켜야겠다 생각해서 솔선수범하여 선생님께 질문을 드렸습니다.

 

「할베르그의… 『성도 교단』의 마술사—— 그렇게나 굉장한 사람이 어째서 이런 변방 시골 마을에 있는 건가요? 도시에 있는 편이… 아니, 할베르그에 있는 편이 훨씬 살기 편한 것 아닌가요?」

 

저는 평소에는 하지 않는, 배려 않는 질문법을 택했습니다.

 

「…하하, 메리 군. 살기 편할지 어떨지 따위는 사소한 문제란다. ——나는 말이야 『뮤젠바흐』라고 하는 명문가에서 태어난 자식으로, 벌써 몇백 년 전부터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뿌리 깊은 마술사다. 마술은 모른다고 해도, 이름 정도는 들어본 적 있…는 사람도 적지는 않지 않을까?」

「(…확실히)」

 

그러고 보니, 언젠가 코카스 씨가 선생님을 향해 『뮤젠바흐』라고 말했을 때, 저는 그 이름을 듣고 반응했던 것을 기억해 냈습니다.

 

——명문 『뮤젠바흐』

 

제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던 것은, 분명 어느 날에 읽었던 책에 그 이름이 실려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네, 그 가계가 무엇이 뛰어난 건지는 몰랐지만, 설마 마술이라는 정체불명의 것이었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즉, 거꾸로 말하면 이런 시골 처녀도 「그러고 보니 이름만큼은 알고 있는」 정도의 지명도인 것입니다.

 

「그런 집안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나는 한눈도 팔지 않고 그저 마술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것이 『뮤젠바흐』의 이름을 가진 자의 사명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주변 사람들이 청춘을 즐기는 가운데, 나는 오로지 마술의 연찬과 승화를 반복하고 있었지. …그렇게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는 서투른 남자가, 어느 날 걸맞지 않게 『성도 교단』에 초청받게 되었다.

마침 나는 15살이 되는 해였지. 그들은 완전한 실력주의로, 연구 성과만 남길 수 있다면 연구 비용은 얼마든지 내주었고,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지 제공해 주었다. 나로서는 바라고 원하던 상황이었지. 그리고, 내 연구는 결실을 맺어 여러 분야에서 이용되었어. 그 공적을 기려, 나는 그저 마술사라는 신분이면서도 주변에서 환대받게 되었지. 호들갑스럽게도 나를 "신관"의 자리까지도 끌어올리려는 자들도 나타났었다.」

「…」

 

선생님은 자신의 과거를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랑거리로서 이야기들뿐입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선생님은, 그것을 자신의 치부로 느끼시는 것 같았습니다.

분명 그런 식으로 얘기했기에 다들 아무런 참견도 하지 않고 말없이 듣고 있었던 것이었겠죠.

 

「하지만 말이야. 거기까지 가버리면, 어찌하더라도 "속박"이 따라다니게 되는 법이란다. …나를 신뢰하는 자, 부러워하는 자, 이용하려는 자, 질투하는 자, 꺼림칙하게 생각하는 자, 적의를 가지는 자—— 다양한 감정과 의도들이 나를 향했지. 내가 조금만 더 재주가 있었더라면, 더 잘 처신할 수 있었겠지만 말이야. 이미 그러한 줄다리기에 지칠 대로 지쳐버렸던 거였어. 나는 성도 교단을 떠나 아무런 "속박"에도 얽히지 않는, 나만의 있을 장소를 찾아 헤맸지. 그리고, 나는 이 루콜라에 도착한 것이다.」

 

…그리고, 그 '있을 장소'가 바로 여기라고 확신했다, 선생님은 망설이지 않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뮤젠바흐』가 아니라, 『오웬』이라는 사람을 필요로 해줄 누군가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내가 가지고 있던 지식을 누군가에게 나누어 주고, 그 욕구를 충족시키고 싶었지. 교사 흉내를 내고 있던 것도, 전부 그를 위해서였다.」

 

 

「…나는 교단에서 도망쳐 나온 몸이다. 교단은 나와 같은 불신자를 용서치 않겠지. 하지만 어쩌면, 내가 예전에 가르쳤던 아이들이, 내 부름에 움직여줄 지도 몰라. 그게 4명… 아니, 3명만 모이면 이 루콜라를 확실히 지킬 수 있을 터이다.」

 

「그렇다면… 교단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건가요?」

 

「그래… 내가 「제자를 부른다」, 혹은 「제자를 모집한다」는 명목으로 인원을 모집시킨다면 말이지. 돈은 다소 들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훨씬 싸게 먹힐 거다.」

 

그렇게 말씀하시고는, 선생님은 다시 한번 모두를 향해 돌아섰습니다.

 

「——여러분. 지금까지 이름조차 밝히지 않고, 여러분의 소중한 아이들을 맡아서 죄송했습니다. 저는 『뮤젠바흐』라는 이름이 알려져, 또다시 속박에 사로잡힐 것이 두려웠습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믿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이 루콜라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부디 절 지금까지처럼 변함없이 「마을의 교사」로서 받아들여 주셨으면 합니다. 제멋대로인 주장이란 것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발, 부탁드립니다.」

 

선생님은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 모두를 향해 사죄했습니다.

그 모습을, 모든 사람이 말없이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신원은커녕, 제대로 된 이름조차 밝히지 않았던 그가, 처음으로 「스스로의 입」으로 말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얼마 지나, 누군가가 입을 열었습니다.

 

『잘 부탁해 선생.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것은 오히려 이쪽이니까 말이야. 부디 얼굴을 들어줘.』

『그래 맞아, 오히려 이쪽이 부탁해야 할 입장이지.』

「여러분…」

 

선생님의 고백에 마을 사람들은 따뜻한 대답으로 맞이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당연한 것입니다.

그야 선생님은 처음부터, 나쁜 짓 따위는 하나도 한 적이 없으니까요.

그걸 마음에 두고 있는 것은, 바로 장본인뿐입니다.

 

『쩔어~! 역시나 선생님 마법사였잖아~!』

『있죠 있죠 선생님! 마법 보여줘요! 마법!』

 

애들이 이에 편승하여 소리를 지릅니다.

역시나 선생님에게 화가 난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습니다.

 

『바보 같은 놈들!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선생님께는 중요한 일을 부탁드렸으니까 곤란하게 만들면 혼날 줄 알아!』

『치이~』

 

「…미안하다. 다들, 고맙다…」

 

참 신기합니다.

그토록이나 산산조각나 있었던 모두의 마음은, 오웬 선생님의 말씀에 의해 하나로 모여있었습니다.

역시나 선생님은 위대하구나…하고, 저는 당연한 사실을 다시 한번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7.

 

——자, 이야기가 드디어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선, 이 루콜라는 「할베르그」의 성도 교단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하는 방침이 결정되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선생님은 소식불통이던 교단에 출두하여야만 합니다.

어떤 처분이 날지는 모르겠지만, 합당한 처분을 받은 뒤에 이쪽으로 제자분들을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입니다.

 

『선생은 유명한 마술사잖아? …당신 혼자서 어떻게는 안 되는 거야?』

 

누군가가 그리 묻습니다.

하지만 이에 선생님은 고개를 젓습니다.

적의 세력은 미지수. 얼마나 많은 숫자의 사람이 있는지도 알 수 없습니다.

눈앞의 적만을 쓰러뜨리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마을 전부를 혼자서 지키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면 선생님! 우리한테 마법이라는 걸 가르쳐주면 다들 싸울 수 있는 거지!?』

 

…라고, 아이들이 엉뚱한 제안을 합니다.

하지만 이도 당연히 각하입니다.

하루아침에 누구나 마법을 배울 수 있다면 이 고생은 하지 않았겠죠.

게다가 「마술에 소질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가르쳐도 소용없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선생님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이용해서 함정을 설치해놓는 건 어때?』

 

어른들로부터, 그러한 제안이 나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이 또한 고개를 저었습니다. 

확실히 그런 함정으로 마을을 감쌀 수는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걸 만들기 위한 재료도 없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 알려준다고 해서 재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듯합니다.

결국, 덫 하나를 치는데도 마법 지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걸 실행에 옮길 수는 없습니다.

기껏해야 할 수 있는 것은, 안심시키는 정도의 「사람을 위한」 주술 정도라고 합니다.

…저로서도 답답합니다만, 아무래도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대로 일반인은 가만히 기다리는 편이 무난한 듯합니다.

 

 

 

8.

 

마을 사람들은 집회장에서 나와 마을 입구에 모여 있었습니다.

「성도 교단」이 있는 할베르그에 가는 것은 3명.

먼저 오웬 선생님과 그 의뢰주인 촌장님. 그리고 코카스 씨입니다.

 

마을에 있는 두 마리의 말을 깨워, 선생님과 촌장님은 거기에 걸터앉습니다.

코카스 씨는 한 손으로 횃불을 들고 촌장님이 타고 계시는 말의 고삐를 잡고 있습니다.

그는 이 밤길의 길잡이 역할을 자처하였습니다.

코카스 씨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 그에게 말을 겁니다.

 

「코카스 군. 특별히 자네까지 따라올 필요는 없네. 나는 자네는 여기에 남아야 한다고 생각하네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런 밤길에 말을 달리면, 눈 깜짝할 새에 골짜기 밑으로 떨어져 버린다고요? 제다가 촌장님은 말도 잘 못 타시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길잡이 역할이 반드시 필요한 거라고요.」

「…그도 그렇군」

 

선생님은 생각을 다시 한번 고치신 듯합니다.

하지만, 굳이 이런 밤중에 나갈 필요가 있는 걸까요?

 

「…꼭 이런 한밤중에 나갈 필요는 없는데.」

「아니다, 내일 아침에는 할베르그로 가는 비행정을 타야 하니까. 오늘 밤중에 산 두 개를 넘으려면 느긋하게 있을 시간도 없단다.」

 

——촌장님은 먼저 「의뢰」를 성도 교단에 신청하고, 그들을 움직이게 하기 위한 의뢰주입니다.

만일을 위해, 없는 돈도 모두에게서 모아 받으셨습니다..

…그리고 코카스 씨.

그는 말하자면 둘의 보디가드입니다.

혹시라도 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는 몸을 던져 둘을 지키겠다. 그는 말했습니다.

…훌륭하다고는 생각하지만, 저는 그게 무엇보다도 불안합니다.

 

혹시라도 도중에 『마을 사냥꾼』과 만나 버린다면?

혹시라도 둘을 도망가게 하기 위해 코카스 씨가 희생당한다면?

그렇게 생각하니 불안이 멈추지 않게 되어, 저는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잡아당겼습니다.

 

「메리 쨩?」

「코카스 씨… 나도 같이 가고 싶어.」

 

「메리 쨩은 여기서 기다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아. …금방 돌아올게」

 

코카스 씨는 그리 말하고, 불안한 듯 바라보는 제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약속할게 메리. 그러니까 안심하고 기다려 줘」

「…응」

 

——그리고 셋은, 밤길을 횃불로 비추며 산을 내려갔습니다.

저는 그것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계속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9. 

 

집회는 그 자리에서 해산되어, 마을 사람들도 각자 자리를 벗어납니다.

우리 가족도 집으로 가는 길입니다.

어머니는 잠들어버린 미리를 업고 앞으로 걸어 나갑니다.

 

「—————」

 

저와 어머니.

둘 다 말없이 별빛에 의지하여 밤길을 걷습니다.

이렇게 조용히 걷고 있자니, 쓸데없는 일이 여러가지 생각나 버립니다.

「괜찮아」 「걱정 마」… 그의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됩니다.

하지만 반복되면 반복될수록, 형언할 수 없는 불안에 사로잡혀 갑니다.

싫은 이미지를 떨쳐버리기 위해 붕붕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습니다.

 

「…왜 그러니 메리. 그렇게 생각에 잠긴 듯한 얼굴이나 하고」

 

제 모습을 살펴서인지, 어머니가 걱정하는 듯이 말을 걸어주십니다.

숨기고 있으려 했지만, 어머니에게는 들켜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걱정마지 마요 엄마. 그 사람들이라면 분명 해낼 거야」

 

저는 억지로 미소를 지어, 밝은 목소리로 어머니께 그리 말합니다.

하지만, 어머니 쪽도 어두운 표정이 풀리지 않습니다.

저와 마찬가지로, 무언가 걱정되는 게 있으신 걸까요?

 

「…왜 그래요, 엄마?」

「…아아, 아니… 살짝 걸리는 점이 있어서」

「걸리는 점?」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어서, 저는 무슨 일이냐 되묻습니다.

 

「걸리는 점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오늘은 정말로 많은 일이 있었잖니. 그렇게나 많은 시체가 흘러들어오고, 모두 필사적으로 강 청소를 했지. 그리고 다 같이 어떻게 해야 할지 이야기를 나눴고, 그래, 그 선생이 「성도 교단」이라는 것도 깜짝 놀랐었지. 그리고서는 교단의 도움을 받기로 해서, 셋은 마을을 떠났고. …뭔가 이야기가 한꺼번에 진행되는 바람에, 솔직히 엄마는 너무 놀랐어.」

「응. 나도 깜짝 놀랐어.」

「…근데 무언가가 걸리는 거야. 일이 일어나고부터 이야기가 척척 진행되는 건 좋은 일이지. 근데, 이렇게 간단하게 얘기가 풀려도 되는 걸까?」

「?… 무슨 말이야?」

 

「음~… 말로는 제대로 못 하겠지만, "누군가에 의해 유도된" 듯한 느낌이 끊이지가 않아」

 

 

「…누군가라니, 누구?」

「그건, 그러니까 구체적으로는 잘 모르겠네. 살짝 위화감 같은 걸 느껴서 말한 것뿐이니. …못 들은 걸로 해주렴. 부끄러워지네.」

「흐음~, 엄마 이상해」

 

제가 웃으니, 어머니는 부끄러운 듯 머리를 긁습니다.

…확실히 일들이 너무 빨리 일어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것 자체에 위화감이 드는 것은, 분명 이상한 건 아닐 테죠.

하지만 그것은 오웬 선생님이 힘써주셨기 때문이지, 저희가 신경 쓸 일은 아닙니다.

 

 

 

10.

 

문득,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뒤를 돌아봅니다.

 

「…어머나? 클론쵸잖아.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

 

그곳에 있던 것은, 언제나 점심 즈음에 나무 밑에서 만나던 자그마한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평소와는 낌새가 다릅니다.

그 아이를 만나는 것은 낮 동안의 나무 그늘 속에서였지, 이런 길 한복판에 있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분명히 그곳에서 움직일 수 없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따라 왜 이런 곳에 있는 것일까요?

 

「…왜 그러니? 무슨 일이라도 있었어?」

『…』

 

물론 대답은 돌아오지 않습니다.

그는 말을 하지 못하니 당연합니다만, 이렇게 감정까지도 읽을 수 없는 건 살짝 성가시네요.

 

「…메리 무슨 일이니? 두고 간다」

「아, 미안, 지금 갈게요!」

 

클론쵸를 볼 수 없는 어머니는, 한참 앞으로 가버렸습니다.

할 수 없이 저는 클론쵸를 내버려 두기로 하고, 어머니의 뒤를 쫓습니다.

…그러자, 클론쵸가 어째선지 제 뒤를 아장아장 쫓아옵니다.

저는 빠른 걸음으로 어머니를 뒤쫓았고, 그리고 그대로 집에 도착했습니다.

현관문을 열기 전에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클론쵸도 집 앞까지 따라오고 있었습니다.

 

「오늘은 대체 무슨 일이야? 평소에는 점심까지 기다려 줬잖…」

 

거기까지 말하다, 저는 퍼뜩 생각해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강의 청소 때문에 바빠서 도저히 점심을 먹을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구나, 그렇구나. 미안해. 까맣게 잊고 있었어. 배가 고팠던 거구나. 기다리렴 지금 가져올 테니까」

 

저는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 부엌 벽장에서 빵을 꺼냅니다.

빵은 살짝 딱딱해져 있었지만, 씹어서 먹을 수는 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자 기다렸지. 오늘은 이 정도밖에 없지만 받아줘」

 

저는 조금 딱딱해진 빵을 그에게 내밀었습니다.

…평소라면 바로 받아들어, 주머니 속에 넣어버리는 클론쵸입니다만, 어째서인지 건낸 빵을 받지 않고 그저 이쪽을 빤히 쳐다볼 뿐입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왜 그러니? 배가 고픈거 아니야?」

『…』

「난처하네. 네 기분을 나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그의 눈을 보며 생각해 봅니다.

클론쵸는 변함없이 이쪽을 쳐다볼 뿐이고, 아무 말도 해주지 않습니다.

혹시, 빵만 있는 게 싫은 걸까요?

 

「조금만 기다려. 남은 수프도 있을 테니까. 가져와 줄게」

 

저는 그가 편식하는 것이라 생각하여, 남아있는 수프를 데워서 가져갔습니다.

 

「기다렸… 어라?」

 

문을 열자, 그곳에 있던 클론쵸가 사라져 있었습니다.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 버린 걸까요?

…이유를 생각해보아도 알 길이 없어 저는 그대로 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어찌됐든, 오늘은 여러가지로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서 지쳐버렸습니다.

밤의 장막은 진작에 내려와 있습니다.

저희는 그대로 바로 잠이 들어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