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09670

 

많은 피드백 부탁드려요

 

어느 분께서 삭제되기 이전 블로그 글을  크롭해놔주셔서, 그 파일을 받아 복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어느 세계의 옛날이야기.

그것은 아주 먼 옛날. 정신이 아득해질 듯한 처음 무렵의――――

 

 

「별」이 태어나기 이전의, 가장 처음의 「새하얀 세계」

그곳에는 별도, 소리도 없습니다.

공간이라는 개념도 없고, 시간조차도 흐르고 있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생물도 없고, 흙도, 나무도, 물도 없습니다.

――그저 "그곳에 있을 뿐"이라는 것이죠.

그것은 모든 것이 미완성이며, 모든 것이 완성된 세계였습니다.

 

그러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세계에, 한 마리의 용(드래곤)이 있었습니다.

용의 이름은 「스피라」.

모든 것의 시작이며, 삼라만상이며, 원초인 존재입니다.

존재하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이 「새하얀 세계」.

하지만 스피라는, 이곳에 있는 것이 허용될 만큼의 「모든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스피라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는가,

어째서 이런 곳에 있는가,

어째서 자신은 혼자뿐인가,

――그는 아무것도 알지 못하였습니다.

허구한 날 아무런 감정도 지니지 않고, 그저 하얀 평면만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스피라는 무엇이든지 만들 수 있는 주제에, 아무것도 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마음」이 없었으니까.

 

「마음」이 없으니까, 혼자가 쓸쓸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없으니까, 자신을 만들어낸 하나님에게 화를 내는 일도 없습니다.

 

그렇기에, 멈춰있는 일이 마치 자신의 사명이라도 되는 듯이, 그는 무언가를 하는 일이 없었습니다.

 

――얼마만큼의 시간 동안을 무위하게 멈춰있었는지는, 스피라밖에 모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변화가 찾아옵니다.

스피라는 무언가를 생각하는 일도 없이, 그저 멈추어있는 존재이지만,

어느 날,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몸이 변해버렸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스피라의 몸은 하나의 「별」로 변화하고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만들지 않고, 아무것도 부수지 않는, 그러한 스피라의 존재하는 방식이,

자신에게 가장 상응하는 모습을 선택하여, 자신도 모르게 형태를 바꾸고 있었던 것입니다.

 

――누가 이름 붙였는지, 후에 이 별은 「스피라 그래프」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스피라의 모습은 더는 드래곤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마음이 움직일만한 일은 아닌 듯이,

그것이 그의 존재하는 방법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아니었습니다.

언제나처럼 변하지 않고, 그저 세계를 바라볼 뿐.

그에게 있어서는 그 정도의, 사소한 일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다시금 스피라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쓰이지 않게 된 「용」으로서의 그,

용으로서의 필요가 없어진 그의 몸의 일부는, 각각 나뉘어,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날개」「발톱」「비늘」「뿔」「송곳니」

 

그들은 스피라의 형태를 모방하여, 다섯 마리의 용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피라밖에 가지고 있지 않았던, 가질 수 없었던 모든 「개념」

그것을 그들의 탄생과 함께 발현시켜갔습니다.

 

 

――「날개」는 "탄생"의 개념을.

 

――「발톱」은 "공간"을 만들어내고

 

――「비늘」은 모든 것에게 "존재"를 부여하고,

 

――「뿔」은 자라나는 "시간"을 흐르게 하고,

 

――「송곳니」는 "종언"을 준비하였습니다.

 

 

그들은 스스로 짊어진 역할을 다하여, 스피라가 만들려고는 하지 않았던 「세계」를 탄생시켰던 것입니다.

 

『――대체 무슨 짓을――』

 

「마음」이 없을 터인 스피라가, 그리 중얼거렸습니다.

하지만, 그러나 다섯 마리의 용을 막지는 않고, 꾸짖지도 않고, 그저 방관을 계속합니다.

그리고, 「세계」의 탄생을 지켜보고서, 그는 「별의 핵」에서 영원히 잠들었습니다.

――마치 5마리의 용의 탄생을 비통해하며, 심통이 나 누워버린 듯이.

 

 

 

 

 

5마리의 용은 부여받은 힘을 사용하여, 별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하지만, 「생명」이라는 것은 그저 불어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5마리의 용과는 다르게, 나누어 준 것들은 쇠약해져, 이윽고 죽어갔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냈다고 하는 「생명」은 매우 여리어, 눈을 떼면 바로 죽어버릴 정도로 약한 것이었습니다.

이 새하얀 「세계」에서 그들은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단은, 빈약한 「목숨」조차도 살아있을 수 있는, 토대가 되는 것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의 모양이 잡히기까지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어,

어느 때는 그들 직접 손보며, 어느 때는 지켜보며.

그러한 일들을 반복하며, 실패를 몇 번이나 반복하여, 조금씩 완성해 갔습니다.

 

물웅덩이는 「바다」가 되고,

솟아오른 지각은 오랜 세월이 지나 「대지」가 되었습니다.

대지에서 자란 것을 「바람」이 옮기고,

가끔은 「화염」이 일어나, 너무 늘어나 버린 생명을 솎아내기도 하였습니다.

이러한 원소들은, 별을 마땅히 그러하여야 할 모습으로 가꾸어 갔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는 개념을 「세계」에 나눠주어,

마침내 다섯 마리의 용이 없어도, 「세계」 자체가 그들의 개념을 재현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하여, 생명의 토대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은 것은 더이상은, 시간문제입니다.

그리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생명」은 멋대로 태어나고, 지표에는 초록이 우거졌습니다.

바다 안에서는 미생물이 태어나고, 이윽고 진화하여 계속해서 모습을 바꿔나갔습니다.

그리고 충분히 대지가 자랐을 때쯤에, 다섯 마리의 용을 본뜬 생물인 「짐승」이 태어났습니다.

짐승에게 다섯 마리의 용과 같은 개념은 없었습니다만, 그들은 너무 늘어나버린 식물을 먹고,

또한 그들 자신이 너무 늘어났을 때도, 그들 중 다른 종족이 너무 늘어난 것을 솎아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 자신이 죽었을 때는, 그 시체가 풀과 꽃의 거름이 되었습니다.

그들의 탄생과 함께, 다섯 마리의 용이 정한 「생명」의 순환은 이리하여 완성을 맞이하였습니다.

짐승의 존재는 이 별의 균형을 가져온 것입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세계」에 균열이 생겼습니다.

 

 

균열이란 틈새, 다시 말해 세계를 구성하는 것의 모순.

무엇이 원인이었는지, 다섯 마리의 용의 창조 방법에 문제가 있었는지,

인제 와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완성했다고 생각한 세계가 실은, 유리 세공과 같은 여린 것이었던 겁니다.

――무엇이 잘못되었던 것인지,

――무엇이 틀렸었던 건인지,

다섯 마리의 용들은 머리를 싸매고 생각해내며, 세계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지나지 않아, 그 폐해는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 세계에 「있을 리가 없는 것」이 나타난 것입니다.

 

그 생물의 이름은 「인간」이라고 합니다.

 

다섯 마리의 용조차도, 재현할 수 없는 생물.

그들의 인자는 완전히 미지의 것으로, 그 스피라조차 「인간」이라는 존재를 알고 있지 않았습니다.

당연히, 「다섯 마리의 용」으로서는 알 방법이 없었고, 그들의 등장에 놀라는 것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인간들이 어디에서 섞여 들어왔는지는 일목요연하였습니다.

그것은 바로 그 「균열」. 그 구멍에서, 그들은 이 세계에 찾아온 것입니다.

 

――인간이란 빼앗는 것에 특화된 개체.

그저 다른 생물과 비교하면, 매우 빈약한 종족입니다.

간단하게 죽어버리고, 단 한 명이서는 만족스럽게 살아갈 수 없었습니다.

처음에는, 짐승에게 먹혀버리는 인간도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머지않아, 그 관계는 역전되었습니다.

 

――인간은 「마술」이라는 검을 만들어냈습니다.

「마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 머리에 그려낸 것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방법으로,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 불을 붙이거나, 혹은 바람을 조종하여 사물을 가르거나――

그 다섯 마리의 몸과 똑같이 「가공요소」를 사용하여, 원소들을, 나아가서는 세계를 속이는 방법을 고안해낸 것입니다.

인간은 희생과 연찬(깊은 연구) 끝에, 다섯 용이 지닌 「개념」에 육박하는 신비를 손에 넣었습니다.

『짐승의 「발톱」이나 「송곳니」에 이길 수 없다면, 그것보다 강력한 「검」을 만들면 된다』

그들은 약한 육체를 지니고 있던 만큼, 그것을 지킬만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 「지혜」를 사용하여, 영리하게도 인간들은, 이 세계의 모든 것을 착취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자신들의 보금자리로 만들기 위하여, 셀 수 없이 많은 식물을 뽑아냈습니다.

짐승들은 일방적으로 쫓겨 다니고, 가죽이 벗겨지고, 피가 빠져 식자재가 되었습니다.

그것을 생명의 양식으로 삼는다면 아직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들 중에는 "그저 재밌으니까"라는 이유로,

아무런 의미도 없이, 자신들과 동등한 가치를 지닌 생명을 빼앗았습니다.

그들은 그들 이외의 종족이 절멸하더라도, 알 바가 아니었습니다.

 

자기들 맘대로라고밖에는 말할 수 없습니다.

식물과 짐승들에게는 대화를 나눌 지능도, 한탄할 언어도 없습니다.

별안간 나타난 그들은 이 세계를 뼈조차 남기지 않고,

그저 「착취」할 줄밖에 몰랐습니다.

 

인간들의 점유욕은 채워질 줄을 몰랐습니다.

「이 별의 모든 것은, 자신들의 것」이라고까지 주장하는 모양입니다.

지상에서 빼앗을 것이 없어지자, 이번에는 같은 인간들끼리 싸우기 시작하여,

아무런 의미도 없는 생명을 빼앗고 빼앗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늦었습니다.

서로의 의지, 존엄을 지키기만을 위해, 인간끼리 육체를 깎아내는 싸움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자멸하여, 승자 없는 싸움이 되는 것은 그들 멋대로입니다.

하지만, 역시나 인간들은 주변 모든 것을 말려들게 하였습니다.

 

인간들은 강에 독을 풀어, 생물들을 잔뜩 죽였습니다.

여기저기 자원을 파내어, 굳이 흙을 돌이킬 수 없게 뒤바꾸었습니다.

풀과 짐승들은, 전보다도 한층 더 많이 사냥당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모든 것을 희생하여, 하지만, 그리하여도,

그들은 계속하여 싸웠습니다.

 

이 「별」은 견딜 수 없었습니다.

싸움에 의해 숲은 불태워지고, 시체와 오물로 바다와 ,

대지는 깊이 도려내어 지고, 나을 수 없는 흉터를 떠맡게 되었습니다.

겨우 몇 년 만에, 인간들은 세상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 얼마나 꼴사나운 생물인가, 하고

 

자초지종을 보고 있던 다섯 용은 실망하며, 매우 한탄하였습니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자신들을 만들어낸 부모인 「별」을 이렇게까지 만들었는데 입 다물고 있을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두고 볼 수 없었던 다섯 용은, 황폐해진 대지를 한 번 전부 제거해버리려 생각했습니다.

그들의 힘을 활용하면, 인간들의 싹을 끊는 것쯤은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문제가 발생하였습니다.

 

다섯 용이란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개념 그 자체. 즉 육체가 없습니다.

그들이 지상에 현현하기 위해서는, 터무니없이 대량의 마력(마나)와 그릇이 될 생물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대지에서는 그것이 불가능합니다.

풀은 불타, 지상에서 마나는 사라졌습니다.

게다가 촉매가 될 짐승들은, 이미 인간의 손에 의해 죽임당해있었습니다.

이래서는 사면초가입니다. 인간들을 숙청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다섯 용은 어떤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것은 그들의 적일 터인 인간, 그중에서 다섯 용에 적정한 것,

――믿을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들 불러낼 만큼의 마력을 지닌 인간이 몇 명인가 있었던 것입니다.

이것을 다행으로 여겨, 다섯 용은 각각의 인간의 몸에 들어갔습니다.

말하자면, 하나님이 빙의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단순한 인간이 저항할 수 있을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몸을 탈취함으로 인해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육체를 가지면서도 온갖 기적을 구현하여, 「짐승」도 「인간」도 아닌 존재가 된 것입니다.

 

후일 인간은, 그 종족의 이름을 「수인」이라 불렀습니다.

 

짐승에게는 강인한 육체가, 인간에게는 뛰어난 지능이 있습니다.

우연이기는 하지만, 다섯 용이 가진 「짐승」의 인자가 「인간」과 섞여버린 결과,

짐승과 같은 신체 능력을 지니며, 인간과 같은 사고능력을 지닌 하이브리드가 태어난 것입니다.

이에 더해, 다섯 용이 지니는 "불로불사"와 "세계를 형성하는 개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섯 용은 숙청 작업에 착수하였습니다.

인간들의 입장은 뒤바뀌어, 이번에는 역으로 쫓기는 측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마음껏 힘을 발휘하는 「수인」.

인간들은 「마술」로 「수인」들에게 저항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저항 따위, 그들에게 있어서는 산들바람과 같은 것입니다.

애초에 인간이 다루는 신비 따위, 「수인」에게 있어서는 어린애 장난에 불과한 것이었습니다.

「마술」 대 「개념」에서는, 같은 조건에 서는 것조차 불가능했습니다.

 

「수인」이 그저 팔을 흔드는 것만으로, 공간이 단열되었습니다.

바다가 갈라지고, 땅이 갈라지고, 대항하는 것 전부를 나락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수인」이 그저 걷는 것만으로, 시간의 흐름이 가속되었습니다.

인간들은 금방 노쇠하고, 도망갈 틈도 없이 땅에 엎드렸습니다.

 

「수인」이 그저 명하는 것만으로,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의 존재가 희박해졌습니다.

존재의 윤곽을 잃어버린 인간들은, 두려워할 틈도 없이 사라져 갔습니다.

 

그저 일방적으로, 「수인」은 인간들을 죽였습니다.

우연히도, 그것은 「인간」이었던 것이 「인간」을 몰살시키는 구도.

인과응보, 자업자득이라 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신의 노여움을 사면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간들은 이때 처음으로, 다른 생물에게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인간들은 「수인」을 두려워하여, 필사적으로 계속 저항하였습니다.

하지만, 물론 싸움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의 역린을 산 인간들이 그 보복을 받을 때가 왔을 뿐,

인간은 너무 거만해졌던 것입니다.

그 뒤로 모든 청소가 끝날 때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리하여, 「별」에 둥지를 튼 해충을 「수인」은 전부 짓밟아 버렸습니다.

시체가 겹겹이 쌓이고, 인간들의 세계를 덮고 있었습니다.

세계의 흉터는 더욱 심해졌고, 어느새 붕괴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 빠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들」은 살아있었습니다.

그렇게나 집요하게, 공들여서 죽였는데도, 인간이라는 개념은 멸종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다섯 용은 놀랐습니다.

이래도 부족한 것인가 하고, 굉장히 낙담하였습니다.

살아남은 더러운 인간들을 보고, 다섯 용은 모든 것이 다 지쳐버렸습니다.

 

"「――대체 무슨 짓을――」"

 

다섯 용은 스피라가 했던 말을, 여기 이르러서야 드디어 이해하였습니다.

무언가를 창조하고, 그것을 키워낸다고 하여도,

그것은 생각지도 못한 사태로 간단하게 잃어버릴 것이라고, 그렇다면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않는 편이 좋다고,

그들의 창조주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다섯 용이 만들어낸 세계는, 완전한 세계가 될 수 없었습니다.

자신들이 한 짓은 아무 의미도 없었다. 다섯 용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는 것은 매우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인간들에게 정나미가 뚝 떨어진 다섯 용은, 빙의되었던 인간들에게 힘을 나눠준 채로,

자신들의 몸을 돌로 바꾸어, 잠에 들기 시작하였습니다.

세계를 원래대로 되돌릴 뿐이라면, 힘을 나누어준 인간들에게도 가능한 것.

그들은 무엇보다도 더럽혀진 대지를, 조금이라도 더 보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몹시 황폐해진 대지에 남겨진 다섯 명의 수인은, 자신들이 당장 해야 할 일을 생각하였습니다.

인간과 짐승의 인자를 지닌 다섯 수인, 게다가 그중 한 명은 「탄생」의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한번 대지를 되살려, 인간과 짐승을 부활시키는 것은, 그들에게 있어서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의문이 남습니다.

이 별을 탕진시킨 인간이라는 종족. 과연 그들은 「세계」에 있어서 필요한 것일까?하고요.

이제부터는 다섯 수인이, 「다섯 용」의 대역이 되는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에 실망하여, 어째서 잠에 들었던가. 그것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수인들이 생각하고 있자니, 그중 한 명이 「어느 제안」을 꺼내 들었습니다.

 

『기왕이면, 연약한 「인간」이 아니라, 보다 뛰어난 「수인」을 만들어내자』

 

그것은 신의 계시였습니다.

인간은 약한 생물입니다. 지혜가 있기에 다른 것을 두려워하고, 불안 요소를 배출하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결과가 바로 이 파멸입니다. 그저 우스꽝스럽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강한 「수인」이라면 어떠한가?

인간과 같은 지성을 지니고, 또한 짐승과 같은 신체 능력을 가지고 있는 그들.

그들은 처음부터 강한 존재로서 생명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강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관용합니다.

인간들처럼, 그저 두려워하여 싸우는 일 따위는 없습니다.

게다가 그들에게는 「다섯 수인」이라는, 신에게도 비견될만한 존재가 있습니다.

이를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그들이 어리석다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다섯 명의 결론은 일치하였습니다.

 

세계의 균열까지는 수복할 수 없을 지어도, 대지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가능하였습니다.

「탄생」의 개념을 부여하니, 풀은 그 즉시 지표를 덮고, 짐승은 되살아났으며, 싸움의 잔해는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그 후, 시체가 되어 굴러다니던 인간에게 「생명」을 불어넣고, 자신들과 똑같이 짐승의 인자를 부여했습니다.

자태가 변하여 전생하였다는 사실에 죽었을 터인 인간들은 모든 이가 놀랐고, 모든 이가 어찌할 줄을 몰랐습니다.

그리고 다섯 수인은, 생명을 불어넣은 이들에게 말하였습니다.

 

『너희에게 생명을 나누어 준 것은 우리들이다. 지금부터, 너희들의 「왕」은 우리이다』

 

라고, 생명을 부여한 모든 것들에게, 이렇게 선언하였습니다.

그에 이의를 제기하는 자는,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동물이란, 보다 강한 동물에게 따르는 법입니다.

짐승의 본능인지, 혹은 인간의 지성인지는 할 수 없지만,

새로이 태어난 수인들은 앞선 다섯을 「왕」으로서, 자신들의 지도자로서 인정하였습니다.

 

 

 

 

이리하여, 세계에 「수인」이 태어났습니다.

그들의 탄생에 의하여, 별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요?

인간과 같이 헛되이 피를 흘리는 일 없이, 평화로운 세계를 지킬 수 있을까요?

그것은, 다음 기회에 이야기 해보도록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