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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422324

 

많은 피드백 부탁드려요.


 

1.

 

(2) = 「메리와 코카스」 =

 

어느 날의 오후 무렵, 마리 자매는 어머니에게 심부름을 부탁받아 산길을 걷고 있었습니다.

고작해야 장보기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시골 마을은 한집 한집이 떨어져 있어서 우유 한 번 사는 것도 고생입니다.

 

「이걸로 되겠지, 이제 살 건 다 샀네.」

언니, 닭고기랑 우유 깜빡했잖아.」

「아, 이런이런」

 

저는 어머니에게 부탁받았던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부끄럽게도, 들었던 것을 잊어버리는 건 제 나쁜 버릇입니다.

책임감이 없다고도 하지요. 메모를 해 두는 습관을 길러야겠어요.

 

「그래도 미리가 있으니까 살겠네. 내가 잊어버린 걸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까. 메모해 둘 필요도 없어져」

언니는 그 점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하하… 그렇지, 반성하겠습니다~」

 

그런 점에서 말하자면 미리는 참 착실합니다.

말수는 적지만, 다른 사람 말은 제대로 듣고 있고, 지금같이 제가 잊어버리면 알려줍니다.

수다쟁이에 깜빡 잊는 저와는 대조적인 기질입니다.

그저 바라는 건 조금 더 시원시원하게 말해줬으면 하는 거지만요.

 

「촌장님~! 실례합니다~!」

 

저희는 손을 맞잡고 언덕 위에 있는 목장까지 걸어갑니다.

여기서는 소나 닭을 기르고 있어서, 우유와 고기를 팔고 있습니다

이곳을 경영하고 있는 촌장님은 굉장히 좋은 분으로, 기본적으로는 돈으로 사지만, 야채를 가지고 가면 할인해 주십니다.

「아가씨들이 힘내고 있으니 서비스다!」라며, 공짜로 고기를 주실 때도 있습니다.

요즘은 어머니도 그걸 노려서인지, 저희한테만 장을 보게 하십니다.

영리하다고 할까요, 계산적이라고 할까요.

저희는 목장 문을 두드립니다. 그러니 문이 열리며 촌장님이 불쑥 얼굴을 내밉니다.

 

「어이쿠, 메리 쨩, 미리 쨩. 왔구나」

「안녕하세요 촌장님. 자, 미리도 인사해야지」

 

미리는 살짝 묵례를 하고, 제 뒤에 숨어버렸습니다.

촌장님은 몇 번이나 뵈었지만, 아직도 낯을 가립니다.

 

「미리, 실례잖아. 제대로 인사를 해야지」

「하하하, 괜찮단다 메리 쨩. 그래서 오늘은 뭘 사러 왔니?」

 

제가 어머니께 부탁받은 것은 닭고기와 우유입니다.

어머니는 농담 섞어서 「확실히 할인받아오도록」이라고 하셨지만, 미리가 제대로 인사를 하지 않았는데, 그렇게 뻔뻔하게 행동할 수는 없습니다.

 

「아, 네. 닭가슴살 300그램정도요. 그리고 우유 2리터 주실 수 있나요?」

「알겠다」

 

오늘은 스튜를 만들 거여서, 우유의 신선도가 좋을수록 맛있게 만들어집니다.

브로콜리나 당근은 수확하고 있으니까, 그 뒤는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재료는 다 준비됩니다.

저는 촌장님에게 은화 1개를 건넸습니다.

촌장님은 집 안으로, 부탁받은 것을 가지러 가셨습니다.

 

「미리, 제대로 인사했어야지.」

그래도, 저 사람 거북한걸」

「정말」

 

촌장님이 닭고기와 우유를 가지고 돌아오셨습니다.

 

「자, 오래 기다렸다」

「감사합니다」

 

저는 목인사를 하고, 미리의 등을 두드려 인사를 시켰습니다.

 

「근데 둘은 언제나 장 보러 다니니 참 장하구나~. 아직은 놀러 다닐 나이일 텐데, 집안일만 잔뜩 돕고 있잖니?」

「아니에요, 저는 올해로 14살이라구요? 이젠 애가 아니에요」

「그래, 그렇구나. 옛날에는 메리 쨩 정도 나이면 다들 어디로 시집가곤 했었는데, 그럼 지금 메리 쨩한테는 좋은 상대가 있나?」

「흥이에요, 전 그 정도로 어른은 아니거든요!」

 

알고 계시면서, 촌장님은 일부러 이런 얘기를 꺼냅니다.

그래도 이건 항상 있는 일이어서, 문제없이 흘려보냅니다.

 

「하하, 만약 계속 상대를 못 찾는 것 같으면, 아저씨가 마리 쨩과 결혼해 줄 테니까 걱정 말렴」

만날 농담만」

「아니~, 메리 쨩 같은 착한 아이는 대환영이지. 뭣하면 미리 쨩도 괜찮지만?」

!!」

 

미리가 뒤에서 전율하는 게 느껴집니다. 제 꼬리를 아플 정도로 꽉 쥐고 있는걸요.

언제나처럼, 저는 촌장님께 싱긋 미소지으며 말합니다.

 

「촌장님. 엄마한테 이를 거예요.」

「하, 하하하, 농담이라구 농담. 좋았어, 오늘은 계란 3개나 서비스로 줘버릴까나~!」

「(하아, 어쩔 수 없는 사람이야 정말)」

 

그리 말씀하신 아저씨는 허둥지둥 집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우리 어머니와 아저씨는 구면지간이어서, 예전부터 「애들한테 손댔다간 어떻게 될지 알지 에로할범?」 이라며 단단히 말씀해두신 모양입니다.

저는 딱히 괜찮지만, 이런 얘기밖에 안 하시니 미리한테 「거북하다」라는 말을 듣는다고 생각합니다.

 

 

 

 

2.

 

석양의 오렌지색이, 산의 나무들을 물들이고 있습니다.

벌써 저녁이지만, 강에 빛이 반사돼서 살짝 눈부실 정도입니다.

시냇물 소리를 들으며, 저희는 집으로 가려 걸음을 재촉합니다.

 

쿠웅, 하고.

 

――멀리 어디선가에서, 포격음이 들려옵니다.

그 소리에 놀라, 미리는 제 손을 꽉 잡습니다.

 

「(또, 어디에서 전쟁하고 있는거려나?)」

「언니

「응, 괜찮아 미리. 루콜라와는 관계없으니까」

 

요즘, 작은 나라끼리의 분쟁이 끊이지 않습니다.

어디선가, 대포를 쏘는 소리가 들리는 건 일상다반사입니다.

마을 사람들은, 이젠 아무도 놀라지 않습니다.

원래대로라면, 나라끼리의 분쟁이지만, 그 불똥은 저희 국민들한테 튑니다.

그걸 국민들은,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강의 상류에서 전쟁이라도 나면, 오염물질이 잔뜩 흘러들어오니, 정말 예삿일이 아닙니다.

그런 걸 작물이나 가축들한테 줄 수도 없으니, 그날은 마을 사람들이 총출동해서 강 청소를 합니다.

 

「정말전쟁하는 건 멋대로지만, 제발 다른 곳에서 해줬으면 좋겠네」

응」

 

미리도 찬성하는지, 고개를 조금 끄덕입니다.

애초에 이렇게나 예쁜 강을 더럽히다니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

저희는 「잡종」이니까, 얕보이고 있는 것도 있지만, 싸울 거면 싸우는 대로, 좀 머리를 쓰면 안될까 생각합니다.

왠지 모르게 불쾌해져서, 뾰로퉁하며 강길을 따라 걸어갑니다.

 

「?언니 저거」

「어라? 저게 뭐지.」

 

그때 갑자기, 강변에 무언가가 걸려있는 걸 미리가 알아챕니다.

뭘까 하며 걸음을 멈추고, 잘 관찰해 봅니다.

 

「(이런이런, 또 바깥사람들이 쓰레기라도 흘려보낸 거려나?)」

 

할 수 없이 저는 쓰레기를 주우러 강가로 가까이 갑니다.

 

어?」

 

하지만 제대로 보니, 커다란 쓰레기가 흘러온 게 아닙니다.

그건, 분명히 인간, 수인 남자였습니다

 

(…!! 크, 크크크 큰일이야! 죽었나!?)

 

저는 짐을 냅다 던지고 강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강 안에 있는 것을 육지로 끌어올립니다.

물에 빠져있던 것은 늑대 족 남자.

여기저기 상처가 나서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얼굴은 사색이 되어서, 마치 죽은 사람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숨은 붙어있습니다. 저는 그 남자의 몸을 흔들며 불러봅니다.

 

「아저씨 괜찮아요!? 정신 차리세요!!」

「으, 으으

「사… 살아있어!! 미리! 어른! 아무나 좋으니까 어른을 불러와!! 빨리!」

「으, 응. 알겠어.」

 

그리 말하니 미티는 서둘러 길을 따라갑니다.

 

「정신 차리세요! 지금 옮겨드릴 테니까요!」

 

남자는 대답할 기력도 남아있지 않은지, 그저 신음을 계속할 뿐입니다.

어쨌든 이대로는 안 됩니다. 일단은 응급처치를 하고, 그 뒤에 몸을 뉘이지 않으면 정말로 죽어버릴 겁니다.

저는 남자의 몸을 강에서 끌어올려, 짐을 지듯이 업습니다.

 

(~~~! 역시나 남자는 무거워~~!)

 

저는 비틀비틀 몸을 흔들며 걷습니다.

반쯤은 바닥에 끌리는 꼴로, 남자를 집까지 옮겼습니다.

 

 

 

3.

 

결국 도중에 어머니가 찾아오셔서, 둘이서 집까지 옮기고, 응급처치를 해서 침대에 눕혔습니다.

몸은 완전히 땀범벅이었기에 옷을 전부 벗기고, 피와 오물들을 닦아냈습니다.

처음에,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셨지만, 제가 사정을 설명하니, 바로 이해해 주셨습니다.

 

「하하… 확실히 "곤란한 사람은 도와주렴"이라 말했지만, 설마 이렇게까지 하는 아이였을 줄이야. 솔직히 깜짝 놀랐어.」

「얘기도 안 하고 데려온 건 죄송해요. 하지만 어서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어버릴 거라 생각해서」

뭐, 어쨌든 저게 눈을 뜨면 대체 어떤 사정으로 저런 꼴을 당했는지 들어야겠네. 이 마을 사람은 아니고, 뭣보다 저 모습을 보니 어딘가의 용병일 테니」

「용병

 

저 사람의 응급처치를 할 때, 몸 전체에 베인 상처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그 사람 것으로 생각되는, 일반적인 것보다 두 배는 큰 나이프도 튀어나왔습니다.

그렇다는 건, 그는 어머니 말씀처럼 어딘가의 용병이고, 사람을 죽이는 일을 하고 있는 걸까요?

――요즘 일어나는 소국간의 분쟁. 그도 그 병사 중 하나로, 선두에 세워져, 상처를 입어왔던 것이겠죠.

몸 전체에 있는 오래된 상처가, 그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나는 촌장님과 모두에게 이 사실을 전하고 올게. 너는 그 남자 상태를 보고 있으렴」

「엄마, 이 사람에 관한 걸 모두한테 말해도 되는 걸까? "용병은 쫓아내"라고 말하지는 않을까?」

「글쎄, 그래도 말을 안 할 수는 없잖니? 뭐, 그 남자가 날뛰지 않는 한, 쫓아내지는 않아」

「그건 그렇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고, 집회소로 가셨습니다.

저는 그의 물수건을 갈아주려고, 부엌에서 물을 갈아왔습니다.

그러자, 미리가 제 뒤에서 뭔가 말하고 싶어 하는 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미리의 눈을 보아하니, 불만스러워함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왜 그래. 미리?」

사람이 너무 착해」

 

또다시 비판의 말을 퍼붓는 우리 동생. 하지만, 그런 것에는 굴하지 않습니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잖아. 냅두면 죽어버릴지도 몰랐으니까. 나도 저 사람은 내가 간호할 테니까, 미리도 자기 일은 스스로 하라고」

그렇게까지 할 거 없는데」

「있지, 저 사람은 아직도 눈을 안 떴어. 어차피 누군가는 보고 있어야 하니까, 내가 보고 있겠다는 거잖아」

역시나 사람 좋은 성격이라니까」

 

미리는 평소보다 더 강한 어조로 저를 비난합니다.

낯가림도 나이가 들면서, 한층 강해지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그보다, 저 사람이 깨어나면 제대로 인사하라고. 좋은 기회니까 낯가림 고치려는 노력을 하라고」

싫어. 안 말하고 싶어」

「왜? 넌 남자면 누구나 싫어지는 거야?」

 

저 사람, 뭔가 싫은 냄새가 나」

 

「냄새? 냄새라니 무슨 말이야? 냄새난다고?」

아니, 근데 제대로 설명은 못 하겠어. 굉장히, 싫은 느낌이 들어」

 

확실히 그 사람은 며칠 동안 씻질 못했는지, 굉장히 냄새가 났습니다.

미리가 말하는 냄새는, 피나 땀 냄새를 말하는 걸까요?

하지만 이젠 몸도 닦아줬고, 옷도 갈아입혔습니다.

 

나는 저 사람 싫어. 빨리 나가줬으면 좋겠어」

 

그리 말을 남기고, 미리는 자기 방으로 가버렸습니다.

 

뭐야, 결국 평소랑 똑같이 낯가리는 거잖아」

 

정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제 마음고생 따위는 알 바가 아닌 듯하네요.

 

 

 

4.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저는 방문을 엽니다.

그러자 그곳에는 눈을 뜨고, 침대에서 반쯤 몸을 일으킨 그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저를 보고, 뭔가 말하려 할 말을 고르는 듯합니다.

 

다행이다. 정신이 들었나 보네요」

여긴?」

 

남자는 아직 자신이 처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자꾸 주위를 둘러보고 있습니다.

 

「여기는 루콜라라는 마을이에요. 혹시 모르세요?」

응, 너는?」

「저는 메리 마리라고 해요. 아, 이건 아빠 옷이니까 입으세요. 아저씨 옷은 너무 더러워져 있어서 지금 빨고 있어요」

그, 그래」

 

남자는 옷을 받아들고, 깊숙이 고개를 숙였습니다.

저는 순서대로, 남자에게 상황 설명을 해 주었습니다.

 

「제가 아저씨를 발견한 건, 마을의 강변에서였어요. 전신이 상처투성이에, 정신도 잃고 흘러들어왔었어요. 그대로 둘 수가 없어서, 제가 아저씨를 우리 집까지 옮겼어요」

그렇구나, 네가 살려준 거구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모습을 보아하니, 아저씨는 어딘가의 용병이신 것 같은데 혹시 어딘가에서 싸우고 계셨던 건가요?」

 

제가 그리 물어도, 남자는 대답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럼, 이름. 아저씨 이름만 알려주시면 안 돼요? 이름도 몰라서는, 아저씨를 부를 수도 없으니까요」

… 『코카스 마크웰』. 보다시피 「늑대」 수인이다.」

「코카스 씨, 말이죠. 맞다. 배고프시죠? 지금 뭐라도 가져올 테니까, 그동안에 갈아입고 계셔주세요.」

 

저는 오늘 저녁밥인 크림 스튜를 가지러, 부엌으로 향했습니다.

그리고 요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바구니 속에 남아있던 호밀빵도 같이 가져갔습니다.

 

「이런 것밖에 없어서 죄송해요. 하지만 몸은 녹여줄 거예요」

「방해되지 않는다면, 저도 여기서 같이 먹어도 될까요?」

그래, 맘대로 해」

「다행이다」

 

저는 가져온 크림스튜를 두 그릇, 빵을 두 개 준비해서 코카스 씨에게 하나씩 건넵니다.

저도 그곳에 있는 의자에 걸터앉아, 밥을 먹기로 합니다.

 

「뭔가 달리 필요한 것 있으신가요?」

아니, 딱히

「그런가요, 뭔가 드시고 싶으신 것이 있으면 요청해 주세요」

 

그리고는 특별히 대화할 것도 없어져, 묵묵히 식사를 계속했습니다.

저는 빵을 뜯어서, 스튜에 찍어 먹습니다.

코카스 씨도 커다란 입과 어금니로, 딱딱한 빵을 쉽게 뜯고 계시는 듯합니다.

식욕에 관해서는 특별히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이랬으면 좀 더 기운이 날 만한 걸 가져올 걸 그랬나?하고 생각하고 있었더니, 코카스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아무것도 안 물어보는 거니?」

「네?」

「나는 객관적으로 봐서, 내가 타인에게 어떤 식으로 보이는지 알고 있다. 나는 너희가 보기에는 나쁜 놈처럼 보이는 기분 나쁜 늑대지. 그것도 신상도 전혀 말하지 않고. 그런 녀석, 보통 같으면 바로 쫓아낼 텐데 너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 알려주렴, 너는 내가 무섭지 않니?」

 

그리 묻자, 저는 제 생각을 솔직하게 답합니다.

 

「겉보기에는 살짝 무섭지만, 괜찮아요. 게다가 저희는 아저씨 과거를 억지로 캐내거나 하지 않아요. 이 루콜라라는 마을은 그런 곳이거든요. 어떻게든 아저씨가 얘기하고 싶으시다면, 언제라도 들어드릴게요」

「어찌 됐든 지금은 괜찮아요. 쓸데없는 일은 뒤로하고, 어서 몸을 치료하자고요!」

 

정신을 차려보니, 서로의 접시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다 먹은 스튜 접시를 치웁니다.

 

「자, 오늘은 그만 주무세요. 상처가 나을 때까지, 함부로 움직이시면 안 돼요」

그래」

「그러면 안녕히 주무세요. 몸, 빨리 나으셨으면 좋겠네요」

 

저는 불을 끄고, 문을 닫습니다.

 

 

 

 

5.

 

――다음날 학교에 가니, 코카스 씨에 관한 일은 이미 모두에게 알려져 있었습니다.

작은 마을이다 보니, 정보가 전해지는 게 빠른 겁니다.

저는 엄청난 질문 세례에,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있지 있지 있지! 메리! 너희 집에 용병이 굴러들어왔다는 거 정말이야!? 어떤 사람이야!?」

「어떠냐니 남자 늑대인데 그런 건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엄마가 집회소에서 들었대. 메리가 강에서 누군가를 데리고 왔다고」

「마을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메리 쨩 모르고 있었어?」

(이런)

 

이게 어떻게 된 일일까요. 저는 머리를 싸맵니다.

이 정도면 엄마랑 미리한테도 똑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겠죠.

 

「있지 있지, 오늘 너희 집에 보러 가도 돼?」

「아니 아니 아니! 안 돼! 아직 제대로 얘기도 안 했는걸」

「있지 있지 메리 쨩! 그 사람 멋있어!?」

 

이와 같이, 아침부터 질문 공세의 퍼레이드입니다.

오락이 적은 마을이기에, 이런 사소한 일조차 축제처럼 되어버립니다.

저는 지긋지긋해져서 모두에게 안된다고 말하고 있자, 마침 선생님이 교실로 들어오십니다.

 

「자! 여러분. 조용히 합시다.」

 

오웬 선생님이 손뼉을 치니, 다들 황금히 자리로 돌아갑니다.

 

역시 떠들썩하네. 다들 어제 일로 한참 들떠있는 것 같구나. 더군다나 당사자가 여기에 있는 듯하고, 다들 신경 쓰이는 것도 무리는 아니겠지

 

선생님은 피곤한 듯 한숨을 내쉰 뒤, 제 쪽을 향해 돌아섭니다.

 

「메리 군. 수업 전에 하나 물어보고 싶구나. 그는 혹시 최근 이웃 나라에서 일어난 대규모 전쟁의 참가자는 아니니?」

그게, 전 아직 아무것도

「듣지 못했다고? 그는 아직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는 거구나」

네」

「그렇다면 이 이상 간섭하는 것은 위험하단다. 그는 분명 그 패주병(※싸움에 져서 달아나는 병정)일 거야. 이건 어디까지나 조언이지만, 빠른 시일 내에 그를 내보내는 편이 좋단다」

「! 그런 선생님까지

 

저는 저도 모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버렸습니다.

 

「아직 상처도 낫지 않았다고요. 적어도 상처가 나을 때까지는 쉬게 해드려야 해요!」

「메리 군. 그러면 네가 책임질 수 있겠니?」

책임이요?」

「패주병이라는 것은 아군이든 적이든 추격자가 따라오는 법이란다. 혹시, 아직도 "그"를 쫓아다니고 있는 자객들이 이 마을에 온다고 한다면, 그때 만약 섣불리 숨긴다고 한다면, 피해를 보게 되는 건 너뿐만이 아니야. 본보기로 관계 없는 마을 사람이 살해당할지도 몰라. 혹은 그를 죽이기 위해 이 마을 전체를 불태울지도 모른단다. 그렇게 되면, 너는 그 모든 것에 책임을 질 수 있겠니?」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은 정론입니다.

다들 선생님 말씀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는 듯이, 입을 쩍 벌리고 있습니다.

조금 전의 발언은, 평화롭게 살고 있던 우리에게는, 너무 자극이 강했습니다.

 

있지, 선생님. 어른들은 다들 "전쟁이- 전쟁이-"하고 말하고 있는데, 대체 무슨 말이에요? 우리 마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예요?」

「나도 알고 싶어! 선생님! 제대로 설명해 주세요」

「왜 나라끼리 싸우는 거예요? 어떤 나라가 잘못한 거예요?」

으음」

 

다들 시끌시끌 떠들기 시작합니다.

이제 와서 저희는 「어째서 전쟁이 일어나는 건가?」라는 의문을 품은 것입니다.

나라끼리 전쟁을 하고 있다는 것은 다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원인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건 이유를 어른들에게 물어봐도, 어른들이 대답을 피해버리는 탓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시골 마을에서는, 정확한 세계정세를 알 길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더이상은 모르는 채로 괜찮은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어린아이부터 모두가 느끼고 있는 것입니다.

 

오웬 선생님은 여러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어, 「세계가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그것을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즉, 선생님은 어째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알려주실 수 없다면, 저희는 선생님께 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집중하는 시선에 선생님도, 단념하셨다는 듯 고개를 떨구셨습니다.

 

할 수 없구나. 오늘 수업은 「엘자로드」와 「라펠」에 관한 이야기를 해 줄게」

 

그리 말하곤, 선생님은 직접 만드신 책을 덮어버렸습니다.

그리고, 이 마을과 관련된 전쟁에 관한 것을, 얘기하기 시작했습니다.

 

 

 

 

6.

 

사건의 발단은, 「라펠」과 「엘자로드」의 동맹이 파탄 난 것에 있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루콜라」말입니다만, 이곳은 「라펠」이라는 나라의 영토입니다.

「라펠」의 영토는 매우 넓고, 나라의 중심부는 세계 최첨단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경제적인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유통되고, 누구나 「왕족」이 되기라도 한 듯이, 그러한 풍족한 생활을 만끽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영토가 워낙 큰 탓에, 「루콜라」와 같은 구석에 있는 마을은 포함되지 않습니다.

중심부에 살 수 있는 사람은 「원종」의, 그것도 돈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뿐입니다.

「잡종」인 데다가 가난한 저희가 가봤자, 순식간에 쫓겨나겠죠.

빈부격차는 뚜렷하여, 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중앙으로, 그렇지 않은 사람은 바깥쪽으로 내몰려가는,

피라미드 구도가 이 「라펠」이라는 나라 안에서 생기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라펠」의 영토인 「루콜라 마을」, 바로 그 옆에는 국경이 있었습니다. 그곳을 넘으면 바로 이웃 나라입니다.

 

이웃 나라의 이름은 「엘자로드」라고 합니다.

 

 

「엘자로드」라는 나라는, 영토도 그리 큰 것도 아니고, 추운 기후 탓도 있어 작물이 자라기 힘든 환경이라고 합니다.

나라의 체제인지, 다른 나라와의 무역은 거의 없고, 반쯤 쇄국하는 태도를 반세기 전부터 관철해 왔습니다.

어째서 다른 나라의 간섭을 거부하는 것인지는 모릅니다.

원래라면 그런 나라를 신경 쓸 필요는 없지만, 소문에 따르면 엘자로드에는 발굴되지 않은 희소광석, 연료자원이 산더미만큼 잠들어있다고 합니다.

이것이 만약 전 세계에 유통된다면, 모두의 삶은 더 풍요로워지고, 엘자로드의 빈곤 상태도 해소됩니다.

하지만 엘자로드는 이를 좋게 여기지 않고, 타국의 간섭을 계속해서 거절했습니다.

 

그것을 눈여겨본 것이 「라펠」입니다.

라펠은 넓은 국토를 가지고, 모든 나라와 무역을 하고 있는 경제 대국입니다.

유통되고 있는 물건은 한 번은 모두 라펠에 모이기 때문에, 구하기 힘든 물건은 없습니다.

게다가 라펠과 엘자로드는 이웃 나라입니다.

 

―――"라펠이 중개하여 에테르 광석과 자원을 팔 수 있다면, 당신들의 빈곤 문제는 해소될 것입니다. 그동안의 경제지원도 최대한 하겠습니다. 그러니 「라펠」과 「엘자로드」의 동맹을 맺읍시다."―――

 

그렇게 엘자로드에게 이야기를 꺼낸 것입니다.

그러나, 엘자로드의 태도는 너무나 무례했습니다.

라펠은 담합의 자리를 몇 번이나 준비하였지만, 엘자로드의 왕은 한 번도 모습을 비추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쪽이 엘자로드를 방문하면, 아무리 라펠의 「왕」이 찾아왔다 해도 문전박대였습니다.

말 붙일 염도 못냅니다. 라펠의 제안하였던 동맹은, 문답 무용으로 파기되었던 것입니다.

 

이번에 일어난 일은 타국에도 전해져,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이것은 라펠이 뒤에서 몰래 퍼뜨린 것이었습니다.

타국의 중개역을 자처함으로써, 「라펠은 다른 나라들과 끈끈한 관계를 지니고 있다」는 인식을 엘자로드에게 심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우회적인 위압외교 같은 것으로, 살짝 번거롭지만, 엘자로드의 반응을 보아하니 좋은 방법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뜻밖의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라펠」의 영토인 작은 마을이, 누군가에 의해 습격당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은 용병이었던 불량배들이나, 그 땅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불한당들의 짓이 틀림없습니다.

문제는, "그건 누구의 지시를 받은 것인가"라는 것입니다.

뒤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그들도 이렇게 대담한 습격 따위를 하지는 않았겠죠.

신출귀몰한 습격자들은 「라펠」의 눈을 잘도 피하며 날뛰었습니다.

그러면서, 목격자는 죽이고, 여자와 아이들을 유괴하고, 어느 세력의 사람인지 증거를 남기지 않도록, 마을을 불태웠습니다.

 

어느덧, 그 정체불명의 습격자는 「마을 사냥꾼」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전 나라끼리의 관계를 알고 있던 사람이 보기에는, 「엘자로드」에 의심의 눈길이 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었습니다.

이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것은 「엘자로드」의 태도였습니다.

라펠이 타국이나 「성도 교단」 따위와 협력하여 정보를 모으고 있는 가운데, 「엘자로드」는 모르쇠로 일관하며 자세를 굽히지 않았습니다.

습격자와의 관계를 따져보아도,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그저 모른 척입니다.

이전부터의 일도 있어, 그 "의혹"은 "확증"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엘자로드의 짓이구나 라고, 모든 사람이 그렇게 생각하여 의심치 않습니다.

그 제재라는 듯이, 세세히 계속되었던 식량 관련 유통도 완전히 끊겼습니다.

――이리하여 「엘자로드」는 전 세계로부터 고립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나서부터, 엘자로드에 가담하는 나라와, 라펠에 가담하는 나라끼리가, 여기저기에서 전쟁을 벌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것은 빈곤함에서 나온 약탈행위가 기승을 부린 결과였습니다.

우리야말로 라며, 여러 용병단이 자처하였고. 각각 나뉘어 싸웠습니다.

편승하여 적국의 마을을 덮치기 시작하는 용병들.

그리고 정체불명의 「마을 사냥꾼」의 존재――

 

본래 그것은 나라 간의 문제이지, 우리 「루콜라」 사람과는 관계없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게 아니라, 아까 말했던 "전쟁국 주변의 작은 마을"이, 지금도 계속 습격당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루콜라」의 어른들은 「다음은 우리들이 아닐까」하며, 매일을 두려움에 떨며 지내고 있던 것입니다.

 

 

 

 

7.

 

――――알고는 있었지만, 온화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선생님은 어느 때보다 어두운 표정으로 말씀하시고 계십니다.

 

선생님, 그건 그러니까 엘자로드 때문이라는 얘기에요?」

그렇다는 거지」

「『마을 사냥꾼』은 엘자로드 사람인 거야?」

그렇다고는 하지 않았어.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지」

「나쁜 놈들이네. 동맹을 거절한 자기들이 나쁜 건데 적반하장이잖아.」

 

선생님은 어딘가 아련한 눈을 하며 말씀하십니다.

왠지 평소의 선생님답지 않습니다.

평소라면 수업도 제쳐두고 떠들던 남자애들도, 선생님의 모습을 보고는 몸을 사리는 듯합니다.

주변이 조용해졌다는 걸 알아채고, 오웬 선생님은 당황해하며 말씀하십니다.

 

아니, 미안하다. 살짝 편향된 말을 모두에게 해버렸을지도 모르겠구나. 하지만, 방금 얘기한 것이 엘자로드와 라펠의 고집에 의한 불화다. 너희에게도 결코, 다른 사람 얘기가 아니다. 그것만큼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메리 군, 얘기가 되돌아가지만, 대체 그를 어떻게 할 생각이니?」

「저는

 

모두의 눈이 일제히 저를 향했습니다.

――저는 솔직히, 어찌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애초에 아직 그가 어떤 사람인지 모릅니다.

어쨌든, 지금으로는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집에 돌아가면 다시 한번, 그 사람한테 얘기를 해보려고요. 그라고 나서, 그 사람이 어찌하고 싶은지 이제부터 어떡할 건지, 얘기를 해 보려고요.」

「그렇구나 그게 좋겠네. 하지만, 괜찮겠니? 다쳤다고는 하지만, 너희 가족에는 남자가 없을 텐데. 혹시 그가 날뛰기라도 한다면

「걱정 않으셔도 돼요. 분명,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닐 테니까요」

 

결국 그렇게 모두 말없이 수업을 받고, 끝날 시간이 될 때까지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실은 다들 선생님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묻고 싶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도 언급하지 않았고, 우리는 각자 집으로 향했습니다.

 

 

 

 

8.

 

다녀왔습니다」

 

어머니와 동생은 이미 밭에 갔는지, 제 말에 답이 없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그를 돌보라고 어머니가 말씀하셨으므로, 밭에 갈 필요는 없습니다.

저는 어머니가 만드신 샌드위치를 가지고, 그가 있는 방으로 향합니다.

 

「코카스 씨, 들어갈게요~」

 

역시나 노크를 해도 대답이 없습니다. 저는 신경 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갑니다.

침대 위에서, 그는 아직도 자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온몸이 땀범벅이고, 신음소리를 내며 괴로운 듯이 고개를 젓고 있었습니다. 상처가 아팠던 걸까요. 저는 코카스 씨의 땀을 닦아나갑니다.

 

코카스 씨, 상처가 아픈 거예요?」

「―― 으―― 으으―――」

코카스 씨!?」

「――――!!」

 

그렇게 말을 걸자, 코카스 씨는 잠에서 깨어나 벌떡 일어났습니다.

 

 

호흡이 거칠어진 채 눈을 깜빡입니다.

그 모습은 마치, 지금까지 계속 물속에서 숨을 참았던 것 같습니다.

 

「코카스 씨?」

「꿈이었나

 

한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립니다.

 

「안 좋은 꿈이라도 꾸셨나 보네요 아, 이거, 점심밥 여기다 둘게요」

 

하지만,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닌 모양입니다.

일단 저는 샌드위치를 탁상 위에 두고, 그대로 방을 빠져나가려 합니다.

그러니, 코카스 씨가 제 손을 잡아당겨 막습니다.

 

왜 그러세요?」

기다려, 조금만 더 여기 있어 줘」

 

어지간히 무서운 꿈이라도 꾼 것일까요. 저는 팔로 전해져오는 그의 떨림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꿈속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코카스 씨는 마치 현실의 일인 양 무서워하고 있었습니다.

 

「무서운 꿈이라도 꾸신 건가요? 그럼 이제

「나는 더이상 싸우고 싶지 않아

「――네? 그게 무슨」

「죽고 싶지 않아. 나는 죽고 싶지 않다고

 

지리멸렬해서 무슨 말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는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괜찮다면 얘기해주실래요? 이야기하면 아저씨가 담아두고 계신 것들도, 조금은 속 시원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아무렇지 않게, 가벼운 마음으로 그런 제안을 해 봅니다.

 

「――그, 무리해서까지는 하지 않으셔도」

알겠다. 전부 너에게 말하지 아니, 부디 들어주지 않겠니

 

그러자 코카스 씨는, 참회하는 듯한 어조로 자신의 과거를 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9.

 

「나는 『들개의 자랑(헝그리 프라이드)』라고 하는 용병 길드의 속해 있었고, 우리는 『라펠』에 있는 작은 나라에 고용되어 있었다.

우리 길드는 그렇게 크지 않아. 그래서 계속해서 적과 싸우고, 잔뜩 적을 죽이고, 그렇게 치고 올라오려 필사적으로 일하려 했다. 이름만 팔리면, 조만간 "왕족"의 용병단이 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게 되면 들어오는 보수도, 눈에 띄게 확연히 달라지지. 그래서 어떤 불리한 상황의 전장에서도, 우리는 목숨을 걸었다. 선봉대 역할도 했었고, 가장 앞을 맡는 것은 언제나 우리 길드였어.」

하지만, 녀석들이 보기에는, 아무리 일해도 우리의 목숨 따위 쓰레기나 다름없는 거였겠지. 잇달아서 엉뚱한 작전이나 전장에 처박혔다. 그로 인해 목숨을 잃을 뻔한 적도 몇 번이나 있었어.

하지만 그래도, 투정 하나 없이 우리는 일했다. 용병따윈 애초에 그런 거니까 말이야. 일일이 반항하다 보면 끝이 없을 거고, 목숨을 걸지 않은 전쟁 따위는 없으니까」

 

저는 아무 말도 못하고, 그저 코카스 씨를 바라보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그의 말은 제게 설명을 한다기보다는, 자신의 죄를 독백하고 있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장은 너무 말이 안 됐다. 적의 국력이 까마득히 높았고, 전력 차, 인원 차도 웃지 못할 정도인데, 그 녀석들은 우리를 그 전쟁터 한복판에 집어넣어 버린거야.

포기하고 철수하려 해도, 동료일 터인 국군이 화살을 겨누고 있다. 믿을 수 있겠나? 적을 향하고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도망가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처음부터 버리는 말이었던 건지, 아니면 구실로 삼아 없애버리려 한 걸지도 모르겠네.

퇴로를 잃은 우리는, 영문도 모르는 채로 계속해서 죽어가고 있었다. 동료들도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다음엔 내가 살해당할 거라 각오했어」

 

떨리는 목소리로, 그는 말을 자아냅니다.

분명, 정말로 무서웠을 테지요.

 

「하지만 죽을 수 없었다. 나는 도망친 거야. 동료들이 죽임당하고 있는 걸 바라보며, 적의 등을 찌르며 필사적으로 달렸다. 추격대가 어디까지고 계속해서 쫓아와서, 나는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온종일 산속을 계속해서 말이야.

그러다 보니, 도망가던 중에 낭떠러지에서 굴러떨어졌다.」

그랬던 거였군요」

나는 죽어가는 동료를 내버려 두고 도망친 거야.

무서웠다. 아무것도 못 하고 죽임당할 것이라고 이해했을 때,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그는 비에 맞는 강아지처럼 작게 몸을 떨고 있었고, 그의 왼팔은 제 오른팔을 꼭 움켜쥐고 있었습니다. 살짝, 아플 정도로요.

하지만, 저는 아무 말 없이, 코카스 씨를 바라봅니다.

 

헤헤, 아까 나, 가위눌리고 있었지? 꿈을 꿨다. 지독한 악몽을 말야.

그 꿈은 아까 말했던 얘기의 연속인데, 적의 병사, 아군이었던 병사까지 나를 죽이려고 쫓아오는 거야.

물론 나는 꿈속에서 필사적으로 계속해서 도망치지.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무서웠던 것은, 죽었을 터인 동료들이 피범벅이 되어 나를 쫓아오는 거야! 계속해서 나를 원망하면서, 계속해서 따라오는 거야.

미안해 미안해, 하며 나는 울면서 도망쳤지만, 그 녀석들은 용서해주지 않았어.

지칠 대로 지친 난 결국 잡혀서, 그 녀석들에게 목을 베이게 된다… 거기서 눈을 뜬 거다」

「이제 싫어… 나는… 더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아. 죽이는 것도, 죽임당하는 것도 지겨워」

 

이 사람은, 모든 것을 내던지고 이 마을로 흘러왔던 것입니다.

하지만 「동료를 배신했다」라는 죄악감이 그를 갉아먹고, 꿈에 나올 정도로 괴롭히고 있는 겁니다.

코카스 씨는 울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무엇을 해왔는지, 아마도 그것을 당하는 쪽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은 것이겠죠.

 

 

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에게 죽임당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후회를 「제멋대로」라 질책할 권리도 없습니다.

 

그러니,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정도 입니다.

 

메리… ?」

「죄송해요, 저는, 이런 것밖에 할 수 없겠지만」

 

울고 있는 코카스 씨의 머리를 부드럽게 감쌉니다.

――그가 해온 짓은, 목숨을 빼앗긴 사람의 가족에게 있어서는, 분명히 용서받지 못하겠죠.

그 자신도 분명, 자기를 용서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제가 그의 있을 곳이 되어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이 사람과 인연도 아무것도 없습니다. 완전한 남이지요.

하지만, 다 큰 남자가 눈물을 흘리며, 제게 속마음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약한 사람을 내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마음속에서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이 강해져 가고 있습니다.

저는 코카스 씨에게 마지막으로 확인을 합니다.

 

더이상, 아무도 죽이고 싶지 않다. 그 말은 정말이에요?」

정말이다. 나는, 나는

약속, 할 수 있어요? 이제부터 두 번 다시는, 싸우지 않겠다고. 사람을 죽이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그래, 할게. 나는 더이상

 

그리 말하고, 저는 코카스 씨를 세게 껴안았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코카스 씨를 믿어요. 아무도 당신을 용서해주지 않는다고 한다면, 제가 당신을 용서할게요.」 

메리 쨩」

「함께 살아요. 이 마을에서. 여기서부터 시작해요. 당신도, 저도」

 

――그는 완전히 안심한 듯했고,

어머니에게 매달리는 아이처럼, 코카스 씨는 제 허리를 붙잡고 흐느끼고 있었습니다.

 

 

 

10.